호르무즈 해협 공습, 유가는 왜 금방 제자리였을까
6월 말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이 공격받고 미국이 이란을 공습했습니다. 유가가 잠깐 뛰었다가 제자리로 돌아온 과정과 남은 위험을 정리했습니다.
6월 25일, 대만 해운사 Evergreen이 운영하는 컨테이너선 Ever Lovely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다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았습니다. 배의 조종실인 선교가 부서졌지만 사망자는 없었고, 배는 이튿날 아침 해협을 빠져나갔지요. 미국과 이란이 6월 17일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한 지 열흘도 안 된 때였습니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 소식에 장중 배럴당 76달러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미국이 이란을 공습했지요. 유가가 더 뛰어도 이상하지 않은 장면인데, 그날 유가는 오히려 전쟁 전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오늘은 해협이 흔들린 나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가가 왜 금방 제자리로 돌아왔는지, 그리고 그 뒤에 남은 비용은 무엇인지 풀어 보겠습니다.
한눈에 보기
사건 : 상선 피격(25일), 미국의 이란 공습(26~27일), 이란의 보복(28일)
유가 : 브렌트유 장중 76달러 근처까지 올랐다가 전쟁 전 수준으로
해협 : 하루 통항량이 1년 전의 절반 수준
남은 비용 : 보험료, 통행 수수료 논란, 운임 할증
한 줄 결론 : 유가는 제자리였지만, 비용은 천천히 아래로 흘러간다
해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21마일(33km)인 물길입니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 다섯 통 중 한 통이 이곳을 지나지요.
공격 직전에도 조짐은 있었습니다. 대형 유조선 두 척을 포함한 상선 최소 세 척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무전 지시를 받고 뱃머리를 돌렸다는 보도가 나왔거든요. 국제해사기구(IMO)는 해협에 묶인 선원들을 빼내던 작업도 멈췄습니다.
해협은 이미 반쯤 비어 있었습니다. 해운 데이터업체 AXS Marine 집계로 6월 24일 확인된 통항은 62척, 1년 전 같은 날의 53% 수준이었지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드론으로 상선을 공격했다고 비난했고,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 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공습했습니다. 27일 밤에는 두 번째 공습으로 감시·통신·방공 시설과 기뢰를 까는 능력까지 겨냥했구요. 이란은 걸프 지역 미군 거점을 공격했다고 밝혔고, 28일에는 해안 거점 다섯 곳이 공습당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쿠웨이트의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와 바레인의 미 5함대 사령부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쐈습니다.
공습이 있었는데 유가는 왜 내려갔을까?
시장이 몇 차례의 교전보다 원유가 실제로 얼마나 흐르는지를 더 크게 봤기 때문으로 읽힙니다. 합의 뒤 해협을 지나는 원유 흐름이 늘던 참이었거든요. 시장은 지정학 위험을 한 번에 가격에 반영하기보다 조금씩 녹여 넣는 경향이 있습니다. 26일에는 유가와 함께 국채 금리도 내려갔습니다.
위험이 커지면 찾는다는 안전자산도 교과서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금은 온스당 4,000달러대 초반에서 맴돌았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눌려 6월 19일까지 3주 연속 주간 하락을 기록한 터였습니다. 이자가 붙지 않는 금에 금리 인상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니까요.
환율도 비슷했습니다. 스위스국립은행은 6월 18일 금리를 0%에서 동결하면서 필요하면 외환시장에 개입해 프랑 강세를 막겠다고 다시 밝혔고, 발표 뒤 프랑은 약세를 보였습니다. 엔화도 일본은행이 6월 16일 금리를 1.0%로 올렸는데 약세가 이어졌구요. 해외 자산이 있다면 환헤지 여부 정도만 확인해 두면 충분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위험은 지나간 걸까?
여기까지 보면 '유가가 제자리라니 별일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가가 덤덤했다고 비용까지 사라진 건 아닙니다.
해협을 지나는 배는 더 높은 보험료와 지연, 실제 물리적 위협을 떠안습니다. 이 부담은 배럴당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게 받치는 역할을 하지요. 새 비용 항목도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블룸버그는 6월 27일, 오만이 유럽 측에 해협이 전쟁 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며 오염 제거나 항해 지원 같은 서비스에 선박이 수수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배가 자국에 보험을 신청해야 하고, 앞으로 60일가량은 무료라고 밝힌 상태입니다. 60일 뒤의 계산서는 아직 빈칸인 셈이지요.
해운 쪽은 이미 전쟁 비용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3월, 대형 컨테이너 선사 Maersk, Hapag-Lloyd, CMA CGM은 배를 아프리카 남단으로 돌렸습니다. Hapag-Lloyd는 걸프 지역 화물에 20피트 컨테이너(TEU) 하나당 1,500달러의 전쟁 위험 할증료를 붙였구요. 희망봉으로 돌아가면 아시아와 유럽 사이 항해가 흔히 열흘 이상 길어진다고 합니다.
이 비용을 마지막에 떠안는 건 선사가 아니라 아시아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유통·소비재 기업입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운송비가 오르면 마진이 먼저 줄어들지요. 가장 조용히 영향을 받는 쪽은 유럽 제조업입니다. 독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밑돌면 위축으로 보는데, 6월 속보치가 50.0으로 경계선에 간신히 걸쳐 있었고 5개월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정리하면
공습 소식에도 유가가 금방 제자리로 돌아온 건, 시장이 교전보다 합의 뒤 늘어난 원유 흐름을 더 크게 봤기 때문입니다. 금과 프랑도 공포보다는 금리와 중앙은행의 말을 따라 움직였구요.
하지만 차분한 유가를 '위험이 끝났다'는 뜻으로 읽기는 어렵습니다. 비용은 해협에서 한 번에 터지지 않고 보험료, 수수료, 운임, 공장 순으로 천천히 흘러내려 갑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그 흐름의 아래쪽 어딘가에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확인할 것
🔸 60일 무료 통항이 끝난 뒤 — 오만과 이란이 꺼낸 수수료·보험 이야기가 실제 비용으로 바뀌는지
🔸 해협 통항량 — 1년 전의 절반 수준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지
🔸 독일 제조업 PMI — 경계선인 50 아래로 내려가는지, 운송비와 에너지 비용 부담이 유럽 공장에 번지는지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 전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호르무즈 해협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21마일(33km)인 이 물길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지나가거든요. 긴장이 커지면 보험료와 지연 비용이 오르고, 그게 배럴당 가격의 바닥을 받칩니다.
공습이 있었는데 왜 유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나요?
6월 25일 상선 피격 소식에 브렌트유는 장중 76달러 가까이 올랐지만, 26일 금요일엔 전쟁 전 수준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합의 뒤 해협을 지나는 원유 흐름이 늘던 참이라, 시장이 몇 차례 교전보다 공급 흐름을 더 크게 본 것으로 읽히지요.
해운 운임과 비용은 어떻게 움직였나요?
전쟁이 시작된 3월 Maersk, Hapag-Lloyd, CMA CGM은 아프리카 남단으로 배를 돌렸고, Hapag-Lloyd는 걸프 화물에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0달러의 전쟁 위험 할증료를 붙였습니다. 6월 말엔 오만이 서비스 수수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새 비용 항목도 거론됐구요.
중동 긴장 속에 스위스 프랑과 금은 어떻게 움직였나요?
스위스국립은행은 6월 18일 기준금리를 0%에서 동결하면서 필요하면 외환시장에 개입해 프랑 강세를 막겠다고 다시 밝혔고, 발표 뒤 프랑은 약세를 보였습니다. 금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눌려 온스당 4,000달러대 초반에 머물렀고, 6월 19일까지 3주 연속 주간 하락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