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매출 85% 늘었는데 주가는 왜 덤덤했을까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85% 늘었지만 주가 반응은 미지근했습니다. 실적 발표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장이 무엇을 걱정했는지 시간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은 흠잡을 데가 거의 없었습니다. 주가가 덤덤했던 건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좋은 실적이 이미 주가에 다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지금 엔비디아에게 묻는 건 '이번 분기가 좋았나'가 아니라 '이 성장이 몇 년을 더 갈 수 있나'입니다.
2026년 5월 20일 발표된 2027 회계연도 1분기(2~4월) 실적을 숫자부터 차례로 보겠습니다.
한눈에 보기
매출 : 816억 달러, 1년 전보다 85% 증가 (시장 예상 약 789억 달러)
데이터센터 : 752억 달러, 전체 매출의 90% 이상
이익률 : 매출총이익률 약 75%
주가 반응 : 발표 전 석 달간 19% 상승 → 발표 후 시간외 1% 남짓 하락
한 줄 결론 : 실적은 기대를 넘었지만, 기대가 이미 너무 높았다
실적은 얼마나 좋았을까?
매출은 81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5%, 직전 분기보다 20% 늘었습니다. 시장 예상치인 약 789억 달러도 넘었지요.
성장은 이번에도 데이터센터가 거의 다 이끌었습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칩을 파는 데이터센터 매출이 752억 달러로 1년 전보다 92% 늘었고, 전체 매출의 90%를 넘었습니다. 출하의 대부분은 여전히 Blackwell 계열이었구요.
돈을 남기는 힘도 좋아졌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이 약 75%였는데, 1년 전 같은 분기에는 중국용 칩 수출이 막히면서 45억 달러 재고 손실을 반영해 60% 언저리까지 내려갔던 숫자입니다. 하드웨어 회사가 매출의 4분의 3을 이익으로 남기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주주에게 돌려주는 돈도 커졌습니다. 80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새로 승인했고, 분기 배당은 주당 1센트에서 25센트로 올렸습니다. 다만 주가에 비하면 배당은 여전히 상징적인 수준입니다.
다음 분기 매출 전망은 910억 달러(±2%)였습니다. 여기에는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이 전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중국을 빼고도 성장 속도가 오히려 빨라진다는 전망이었지요.
그런데 주가는 왜 덤덤했을까?
발표 전부터 기대가 높게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발표 전 석 달 동안 19% 올라 있었습니다. 좋은 실적이 나올 거라는 예상이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들어가 있었던 거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 기본값이 됩니다. 잘하면 본전이고, 조금이라도 아쉬운 신호가 나오면 주가가 빠집니다. 실제로 시간외 주가는 오르내리다 1% 남짓 밀렸고, 다음 날 장 초반에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지금 가격에 들어 있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를 투자자들이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분기 숫자보다 앞으로 몇 년의 그림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입니다.
시장이 진짜로 걱정하는 것
그 몇 년의 그림에는 몇 가지 걱정이 섞여 있습니다.
첫째, AI가 하는 일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엔비디아 칩이 압도적으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만들어진 모델을 실제로 '돌리는' 단계로 무게가 옮겨 가면, 일반 CPU나 고객이 직접 설계한 칩도 쓸 수 있게 됩니다. 엔비디아가 올해 CPU로 200억 달러 매출을 내겠다고 밝힌 것도 이 흐름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가장 큰 고객이 동시에 경쟁자입니다. 엔비디아 칩을 가장 많이 사는 대형 클라우드 회사들이 자체 칩을 만들고 있습니다. 구글의 TPU, 아마존의 Trainium이 대표적이지요. 엔비디아 칩을 더 사면서, 동시에 대안도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셋째, 돈이 돌고 도는 구조에 대한 의심입니다. 엔비디아가 OpenAI 같은 고객사에 투자하고, 그 돈이 다시 엔비디아 칩을 사는 데 쓰이는 구조를 두고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순환 거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넷째, 중국입니다. 전망에서 중국을 아예 뺀 건 당장의 불확실성을 덜어 낸 것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시장 하나가 계산에서 빠져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 엔비디아는 이제 정점일까?
이런 걱정들을 보면 '엔비디아도 이제 꼭대기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약점이 드러난 회사와, 완벽을 요구받는 회사는 다릅니다. 이번 분기 숫자만 놓고 보면 엔비디아는 뒤쪽입니다.
전망치만 보면 AI 인프라 수요는 꺾이기는커녕 더 붙고 있었습니다. 다만 매출이 소수의 대형 고객에 몰려 있다는 건, 수요가 강할 때는 폭발적인 성장을 뜻하지만 한두 곳만 속도를 조절해도 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주가는 그런 흔들림을 받아 줄 여유가 크지 않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것
🔸 차세대 칩 Vera Rubin의 출하 일정 — 회사는 하반기(회계연도 3분기)부터 생산 출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세대 교체가 예정대로 되는지가 가장 가까운 변수입니다
🔸 대형 클라우드 회사들의 투자 계획 — 엔비디아의 매출은 결국 이들의 설비투자에서 나옵니다. 각자 실적 발표에서 투자 규모를 늘리는지 줄이는지 보시면 됩니다
🔸 다음 분기 910억 달러를 넘는지 — 그리고 넘었을 때도 주가가 또 덤덤한지가 지금 기대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겁니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 전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엔비디아 2027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얼마였나요?
81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5% 늘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752억 달러로 성장을 거의 다 끌었고, 매출총이익률은 약 75%였구요. 1년 전엔 H20 재고 손실 45억 달러 탓에 60% 언저리였던 숫자입니다.
실적이 그렇게 좋았는데 주가는 왜 오르지 않았나요?
발표 전 석 달 동안 주가가 19% 오르며 좋은 실적이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잔치가 푸짐할 거라는 소문이 워낙 확실하면 푸짐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도 놀라지 않듯, 시간외 주가는 오히려 1% 남짓 밀렸지요.
자체 설계 칩은 엔비디아에 실질적인 위협인가요?
당장 숫자에 보이는 위협은 아닙니다. 다만 최대 고객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이 Google TPU, Amazon Trainium 같은 자체 칩을 키우고 있고, AI의 무게가 훈련에서 추론으로 옮겨 갈수록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은 장기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다음 분기에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뭔가요?
회계연도 3분기부터 출하가 시작될 Vera Rubin의 일정, 그리고 중국을 빼고 잡은 910억 달러 가이던스를 실제로 넘기는지입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실적 발표에서 내놓는 설비투자 계획도 같이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