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의 Micron 공매도, 메모리 사이클 다시 걸어 보기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지요.. 2018년 메모리 하락기부터 AI발 동시 증설, 7월 1일 공개된 Michael Burry의 Micron 공매도, 그리고 2027년부터 돌아갈 새 공장들까지 순서대로 따라가 봤습니다.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는 작성 시점 기준입니다.
목차
공매도(空賣渡)는 글자 그대로 '빈 것을 판다'는 뜻입니다.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거래지요. 영어 short도 '모자란' 상태에서 판다는 데서 나왔다는 설명이 흔하구요.
옛말에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습니다. 가득 찼다는 것 자체가 기울 차례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라는 얘기지요..
Michael Burry가 Micron 공매도 포지션을 잡았다는 소식은 이 두 말을 한자리에 불러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가득 차 있던 AI 메모리에, 빈손으로 반대편에 선 사람이 나타났으니까요. 이번엔 이 이야기를 메모리 사이클의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 보려 합니다.
사 건 : Michael Burry, Micron 공매도 포지션 공개 (2026년 7월 1일)
배 경 : 2018년 메모리 하락기 → 투자 합리화 → AI발 동시 증설
흐 름 : 기록적 실적(6월 24일, 마진 84.6%) → 공매도 공개 → 2027년부터 새 공장 가동
볼 것 : 수요의 진위가 아니라 공급 규율과 쏠림
2018년 — 한 번 무너졌던 기억
메모리 업종의 오래된 약점은 경쟁자들이 동시에 증설한다는 데 있습니다. 2018년 말 하락기가 오자 DRAM 업체들은 뒤늦게 설비투자를 줄였지만, 가격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Micron의 매출총이익률도 2018년 60%대에서 이듬해 말 20%대로 쪼그라들었구요.
그 직전의 분위기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이 돌았고,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지는 질문은 뒷전이었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DRAM 가격이 무너졌구요.)
그 뒤 — 빠듯해진 공급, 그리고 AI
그 교훈 덕에 한동안 투자는 합리화되고 공급은 빠듯해졌습니다. 그런데 AI가 판을 바꿨네요.
숫자가 그걸 말해 줍니다. Micron이 6월 24일 발표한 분기 매출은 415억 달러로 1년 전의 약 4.5배였고, 매출총이익률은 84.6%였습니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매출 500억 달러에 마진 약 86%였구요. 메모리 회사에서 나오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숫자들이지요.
Meta는 남는 AI 연산 능력을 파는 클라우드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Microsoft·Google·Amazon은 3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규모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주식은 이 투자가 지금 속도로 무한히 이어질 거라는 기대의 덕을 봤지요.
그 사이 SK hynix는 용인에 새 공장을 짓고 있고, Samsung도 메모리 생산 확대에 나섰고, Micron은 아이다호에 새 공장을 올리는 중입니다. 다들 다시 지갑을 연 겁니다.
공매도 소식이 나온 뒤 — 버리가 묻는 것
Burry는 2008년 금융위기 전 미국 주택시장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요즘은 자기 뉴스레터(Substack)로 포지션을 직접 공개하기도 하구요. 이번 Micron 공매도도 7월 1일 그렇게 알려졌구요. 그의 논리는 AI 붐이 메모리 사이클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다는 쪽입니다.
그래도 그가 움직이면 시장이 쳐다봅니다. 판단이 늘 맞아서가 아니라, 합의가 지나치게 굳어진 지점을 찾아내는 데 유난히 능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공매도를 '메모리 업황이 곧 무너진다'는 예고로 읽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 거래가 너무 붐비고, 너무 낙관적이고, 실제 수요와 거리가 벌어졌다고 보는 신호 정도지요. 깨진 것도, 명백히 고평가된 것도 아니지만, 역발상 투자자가 반대편에 서고 싶을 만큼은 붐비는 자리.
재미있는 건 Micron 자신의 숫자엔 아직 꺾인 흔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마진도 가이던스도 오히려 올라가는 중이거든요. 그러니 이 공매도는 지금 숫자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 이 숫자가 사이클의 꼭대기 근처일 수 있다는 쪽에 거는 셈입니다. 주가가 이미 최상의 시나리오를 반영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구요.
같은 무렵 거시 환경도 미묘했습니다. 독일 제조업 PMI 6월 속보치는 50.0으로 확장과 위축의 경계선에 멈춰 섰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에너지 물가 때문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으며(예금금리 2.25%), 스위스국립은행(SNB)은 0%로 동결했습니다. 경기는 미지근하고 금리는 안 내려오는 때에 대규모 증설이라.. 경기 흐름과는 조금 어긋나 보이네요.
당장은 — 맞는 것과 버는 것 사이
여기까지 보면 'Burry가 팔았으니 메모리주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다만, 공매도는 맞더라도 당장 맞아떨어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같이 봐야 합니다.
Burry의 2005년 주택시장 공매도는 크게 수익을 내기까지 2년 넘게 걸렸습니다. 옳은 것과 돈을 버는 것 사이에는 인내심과 자본이라는 간격이 있고, Micron이 이 거래가 작동하기 전에 20% 더 오를 수도 있구요. 그를 따라 지금 공매도에 나서는 건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같은 방향을 봐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오히려 남는 건 포지셔닝에 대한 질문입니다. AI 논리를 믿어서가 아니라 남들이 들고 있어서 메모리주를 들고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지금 밸류에이션은 앞으로 3년간 마진 압박이 없다는 가정을 얼마나 깔고 있을까. 역발상 질문이라기보다 그냥 정직한 질문이지요.
2027년부터 — 새 공장들이 돌기 시작할 때
이야기의 다음 장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Micron 아이다호 첫 공장이 2027년 중반 첫 웨이퍼를 내고, SK hynix 용인 첫 공장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그 장의 첫 줄이지요.
업계에선 그때도 공급이 모자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다만 새 물량이 들어오는 시점에 수요 증가세가 조금이라도 둔화된다면, 메모리 주식을 늘 무너뜨려 온 패턴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공급 과잉, 그리고 가격 하락.
메모리는 한국 증시의 심장 같은 업종이라 이 얘기는 Micron 한 종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각사의 설비투자 계획과 실제 가동 시점, 매출총이익률이 고점을 지나는지, 가이던스에 '정상화'라는 말이 언제 처음 등장하는지. 수요가 진짜냐보다는 이 공급 규율 쪽을 따라가는 게 쏠림을 가늠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돌아보며
따라와 보니 쏠림이 생기는 데 틀린 논리가 필요한 건 아니었네요. 모두가 이미 동의한, 맞는 논리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꾸준한 성장과 지금 속도의 영원한 성장은 다른 말인데, 시장은 후자를 가격에 넣고 있는 것으로 보이구요.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2018년의 그 장면이 다시 온다면, 그때 우리는 미리 알아볼 수 있을까요.
달이 차오르는 건 매일 밤 지켜보면서도, 기울기 시작하는 첫날은 대개 아무도 모르고 지나가는 법이지요..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 전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Michael Burry는 왜 Micron을 공매도했나요?
AI 붐이 메모리 사이클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다는 게 그의 논리입니다. 메모리 수요를 부정한다기보다, 기록적인 마진과 가이던스가 사이클의 꼭대기 근처일 수 있고 주가가 이미 최상의 시나리오를 반영했다는 쪽에 가깝지요.
AI 메모리 수요가 실제로 꺾이고 있나요?
지금 숫자로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Micron의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매출 500억 달러, 마진 약 86%거든요. 문제는 공급 규율입니다. SK hynix, Samsung, Micron이 동시에 증설에 나섰고 새 공장이 2027년부터 돌기 시작하니, 그때 수요가 조금만 둔화돼도 익숙한 패턴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2018년 메모리 사이클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요?
'슈퍼사이클' 기대가 컸지만 2018년 말부터 가격이 무너졌고, Micron의 매출총이익률은 60%대에서 이듬해 말 20%대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 뒤로 투자가 합리화되며 공급이 빠듯해졌다가, AI 수요가 가속하자 다들 다시 지갑을 연 거지요.
Burry가 맞다면 Micron 주가는 바로 떨어지나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그의 2005년 주택시장 공매도도 크게 수익을 내기까지 2년 넘게 걸렸고, Micron이 그 전에 20% 더 오를 수도 있구요. 옳은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다른 문제라, 따라서 공매도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