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먼저 대체하는 금융 직무는 어디일까

신용 심사, 대출 심사, 재무 보고처럼 안정적으로 보이던 금융 직무가 AI로 먼저 줄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줄고 어떤 일이 남는지 정리했습니다.

목차
  1. 변화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됐습니다
  2. 지금은 심사 창구 뒤편부터 바뀌고 있습니다
  3. 신입의 책상이 먼저 비는 이유
  4. 그렇다면 숫자를 다루는 일은 모두 사라질까?
  5. 정리하면
  6. 앞으로 확인할 것

2017년 JP모건은 COIN이라는 계약 검토 소프트웨어를 공개했습니다. 변호사와 대출 담당자들이 상업 대출 계약서를 검토하느라 해마다 36만 시간을 쓰던 일을 이 프로그램이 몇 초 만에 해낸다는 보도가 나왔지요. 생성형 AI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도 전의 일입니다.

몇 년 뒤, 이 변화의 크기를 숫자로 내놓은 곳이 있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025년 초 대형 은행의 정보·기술 책임자들을 설문해, 앞으로 3~5년 사이 전 세계 은행에서 최대 20만 개 일자리가 AI 때문에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가장 먼저 압박받을 곳으로는 백오피스, 미들오피스, 운영 부문을 꼽았구요.

백오피스는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고 결제·정산·서류 처리를 맡는 부서, 미들오피스는 위험 관리처럼 영업과 처리 사이를 잇는 부서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만으로는 누구의 자리가 먼저 흔들리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AI가 금융 직무를 어떤 순서로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이 남는지 풀어 보겠습니다.

한눈에 보기
전망 : 3~5년 사이 세계 은행 일자리 최대 20만 개 감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설문)
먼저 바뀌는 일 : 계약 검토, 신용·대출 심사, 재무 보고, 계정 대사
남는 일 : 예외 판단, 고객 관계, 남과 다른 시각을 책임지는 리서치·운용
가르는 기준 : 체크리스트로 설명되는 일인가
한 줄 결론 : 직급이 아니라 일의 성격이 자리를 가른다

변화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됐습니다

COIN이 나온 2017년에는 골드만삭스 이야기도 자주 인용됐습니다. 뉴욕 본사의 주식 트레이딩 데스크 인원이 2000년 무렵 600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는 보도였지요. 사람이 하던 매매는 자동 매매 프로그램이, 그 프로그램 관리는 엔지니어들이 맡게 됐습니다.

그때는 특정 업무를 겨냥한 자동화였습니다. 지금은 속도와 범위가 다릅니다. 앞의 설문에서 은행들이 예상한 평균 인력 순감은 약 3%였지만, 넷 중 한 명가량은 전체 인력의 5~1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공개적으로 크게 말하지 않을 뿐, 은행의 인력 계획은 이미 이 변화를 전제로 짜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은 심사 창구 뒤편부터 바뀌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앞줄에 선 건 신용 심사입니다. 이 일을 풀어 보면 신청서를 읽고, 데이터베이스 몇 곳을 조회하고, 스코어카드라는 점수표를 적용해 결정을 내리는 순서입니다. 담당자는 판단이라고 느끼겠지만, 구조로 보면 과거 데이터와 맞춰 보는 패턴 대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패턴 대조는 기계가 이미 사람보다 잘하는 영역이지요.

신청서 검토와 서류 대조를 몇 분 만에 끝낸다고 내세우는 심사 AI가 여럿 나와 있습니다. 대출도 같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대출 처리 플랫폼을 만드는 미국 회사 Blend Labs는 미국 100대 금융회사 가운데 40곳이 자사 플랫폼을 쓴다고 밝히고 있구요.

그러면 사람의 일은 '승인할지 말지'에서 'AI가 왜 이 건을 의심스럽다고 표시했는지 설명하기'로 바뀝니다. 이름은 같은 직무여도 하는 일이 다르고, 필요한 자리 수도 같지 않겠지요.

다만 남는 조각도 있습니다. 고객과의 관계, 복잡한 예외를 처리하는 일, 5년을 거래해 온 고객의 신용점수가 실제 위험과 다르다는 걸 알아보는 감각 같은 것입니다. 찍어낼 수 있는 부분은 사라지고,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남습니다.

신입의 책상이 먼저 비는 이유

의외인 건 중간 관리자보다 신입급 자리가 먼저 비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재무 보고를 맡는 주니어 분석가의 하루에는 보고서 서식을 맞추고, 여러 데이터를 대조하고, 대시보드를 만드는 반복 작업이 적지 않습니다. BlackLine 같은 결산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월말 결산 업무를 덜어 주고, 매출을 언제 장부에 올릴지 정하는 수익 인식이나 세무 서류 작업에도 AI가 들어오고 있지요.

주니어 회계 인력의 훈련장이던 계정 대사, 즉 여러 장부의 숫자가 서로 맞는지 확인하는 일도 Domo나 Alteryx 같은 데이터 분석 도구가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쪽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재무기획·분석(FP&A) 부서 신입이 하던 예산과 실적의 차이 분석, 예산 템플릿 작업, 과거 추세 정리도 AI가 특히 잘하는 유형이구요.

문제는 이 일들이 사다리였다는 데 있습니다. 신입은 수많은 기초 업무를 거치며 숫자 감각과 판단력을 길렀습니다. 판단력은 여전히 필요한데, 그 판단력을 기르는 입구가 좁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숫자를 다루는 일은 모두 사라질까?

여기까지 보면 '숫자를 다루는 금융 일은 결국 다 기계가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숫자만 보면 주식 리서치가 가장 먼저 없어져야 맞을지도 모릅니다. 실적 요약, 데이터 정리, 재무 모델 업데이트는 AI가 사람보다 훨씬 빨리 해내니까요. 그런데 이 일은 오히려 남는 쪽에 가깝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경제 변화를 전망에 반영하는 일, 시장의 의견이 위험할 만큼 한쪽으로 쏠렸다는 걸 알아채는 일, 경영자의 이력을 보고 이번 실적 전망은 일부러 보수적으로 냈다고 읽어내는 일은 AI가 아직 약한 곳이거든요.

정보를 누가 더 빨리 아느냐로 경쟁하던 시대는 블룸버그 단말기가 책상마다 놓이면서 끝났습니다. 지금 애널리스트에게 필요한 건 '다른 200명의 애널리스트가 왜 틀렸는가'를 설명하고, 거기에 자기 평판을 거는 일입니다.

펀드매니저도 비슷합니다. 표준화된 모델을 그대로 돌리는 운용자는 대체되지만, 시장이 틀린 지점에 대한 자기 논리가 있고 데이터가 반대할 때도 그걸 지켜 낸 기록이 있는 운용자는 남습니다. 결국 자리를 가르는 건 직급이나 연봉이 아니라, 그 일이 체크리스트로 설명되느냐입니다.

정리하면

AI가 금융 일자리를 바꾸는 순서는 계약 검토에서 시작해 신용·대출 심사, 재무 보고와 계정 대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통점은 규칙과 패턴 대조로 설명되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급여가 높고 변화가 적어 안정적으로 보이던 자리가 먼저 흔들리는 건 역설 같지만, 그 안정성 자체가 업무가 표준화돼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그 자리에 있다면 무게중심을 처리에서 판단 쪽으로 옮기는 게 현실적인 길입니다. 신용 분석이라면 신용 전략과 고객 관계 관리로, 재무기획이라면 시나리오 분석과 전략 기획으로요. 내 일을 대체할 도구를 2주쯤 실제 업무에 넣어 보면 AI가 어디서 넘어지는지 보이고, 그 넘어지는 부분을 맡는 편이 낫습니다. 스코어카드와 다르게 결정했던 순간을 상황, 결정, 결과, 근거로 기록해 두면 6개월만 쌓여도 판단력을 보여 줄 증거가 됩니다.

금융 커리어가 끝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신입이 판단력을 기르던 사다리를 회사들이 어디에 다시 놓을지는 아직 답이 없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것

🔸 실제 감원 규모 — 은행들의 인력 감축이 설문 속 평균 3% 근처에서 멈추는지, 그보다 훨씬 넘어서는지

🔸 금융권 인력의 재편 — AI를 관리하고 예외를 다루는 소수, 전문 영역을 맡는 집단, 자리가 줄어드는 다수로 나뉘는지

🔸 신입을 키우는 방식 — 기초 업무가 줄어든 자리에서 회사들이 신입의 판단력을 어떻게 기르는지

면책 고지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 전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AI가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대체하는 직무는 무엇인가요?

신용 분석과 대출 심사, 재무 보고, 계정 대사처럼 규칙과 패턴 대조로 설명되는 일입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설문에서도 백오피스·미들오피스·운영 부문이 가장 먼저 압박받을 곳으로 꼽혔구요. 기준은 직급이 아니라 '체크리스트로 설명되는 일인가'입니다.

왜 신입 자리가 중간 관리자보다 먼저 줄어드나요?

신입 업무가 보고서 서식, 데이터 대사, 대시보드처럼 AI가 잘하는 반복 작업으로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일이 판단력을 기르는 사다리였다는 점이지요. 기초 업무를 거치며 감각을 익히던 경로가 좁아지는 게 가장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주식 리서치와 포트폴리오 운용은 왜 남나요?

데이터 정리와 모델 업데이트는 AI가 더 빠르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거시 변화를 반영하거나 컨센서스의 쏠림을 감지하는 일에는 약합니다. '왜 다른 애널리스트들이 틀렸는가'를 자기 평판을 걸고 설명하는 일은 자동화하기 어렵거든요.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다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세 가지를 권해 드리고 싶네요. 프로세스보다 판단 쪽으로 전문성을 옮기고, 내 자리를 대체할 도구를 2주쯤 직접 써 보며 AI가 넘어지는 지점을 찾고, 스코어카드와 다르게 결정한 사례를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