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10년, 런던은 금융 중심지를 지켰을까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난 지 10년. 런던은 외환 거래 1위를 지켰지만 일부 거래는 유럽으로 넘어갔습니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잃었는지 정리했습니다.

목차
  1. 런던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줬을까?
  2. 사람들은 어디로 떠났을까?
  3. 규제 자유는 왜 오히려 짐이 됐을까?
  4. 그렇다면 파운드가 싸진 만큼 돈이 돌아오지 않았을까?
  5. 정리하면
  6. 앞으로 확인할 것

영국이 2016년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을 떠나기로 했을 때, 런던 금융가 시티(The City)를 두고 '이제 끝났다'는 전망이 매일같이 쏟아졌습니다. 은행들이 짐을 싸서 프랑크푸르트와 파리로 떠나고, 런던은 유럽 금융의 변두리가 될 거라는 이야기였지요.

10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어느 쪽 예상과도 달랐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2025년 4월 조사에서 영국은 세계 외환 거래의 37.8%를 처리하며 여전히 1위였습니다. 그런데 한때 런던이 거의 독차지하던 거래 가운데 일부는 분명히 바다를 건너갔습니다.

오늘은 런던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줬는지, 그리고 왜 내준 것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지 풀어 보겠습니다.

한눈에 보기
지킨 것 : 세계 외환 거래의 37.8%로 1위(2025년), 유로 금리스와프 청산의 큰 몫
내준 것 : 유로 금리스와프 거래, EU 상장 주식 거래, 금융 일자리 약 7,000개
약해진 고리 : EU 규제 울타리 밖에서 생긴 불확실성
뜻밖의 결과 : 파운드가 싸졌는데도 돌아오지 않은 돈과 사람
한 줄 결론 : 런던은 유일한 중심에서 여러 거점 가운데 첫째로 바뀌었다

런던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줬을까?

외환 시장에서 런던의 자리는 거의 그대로입니다. 2025년 37.8%는 2022년 조사의 38.0%와 거의 같은 수준이거든요. 완전히 무너질 거라던 비관론은 빗나갔습니다.

하지만 파생상품 쪽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금리스와프는 고정 금리와 변동 금리를 서로 바꾸는 계약인데, 금융정보업체 IHS Markit 집계로 유로 금리스와프 거래에서 영국 플랫폼의 비중은 2020년 7월 40% 가까이에서 EU 탈퇴가 마무리된 2021년 1월 10% 남짓으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달 EU 상장 주식 거래도 대거 넘어가면서 암스테르담이 런던을 제치고 유럽 최대 주식 거래 중심지가 됐지요.

거래가 끝난 뒤 돈과 증권을 주고받도록 정리해 주는 일을 청산이라고 합니다. 유로 금리스와프 청산은 여전히 런던의 청산소 LCH가 큰 몫을 쥐고 있지만, EU는 이 업무를 역내로 옮기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파이가 작아졌다기보다 조각이 여러 도시로 나뉜 셈입니다.

사람들은 어디로 떠났을까?

회계·컨설팅 회사 EY의 브렉시트 트래커 집계로, 2022년 3월까지 영국에서 EU로 옮겨 간 금융 일자리는 7,000개 남짓이었습니다. 국민투표 직후 쏟아졌던 '대탈출' 전망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숫자입니다.

숫자만 보면 완만합니다. 하지만 떠난 사람이 누구인지 보면 무게가 다릅니다. 고객 관계와 거래 흐름을 통째로 들고 갈 수 있는 고액 연봉의 의사결정자들이었거든요.

일자리를 가장 많이 받아 간 곳은 파리(약 2,800개), 그다음이 프랑크푸르트(약 1,800개)였습니다. 투자은행 19곳이 거점을 옮긴 프랑크푸르트는 은행 업무의 EU 거점으로 가장 인기가 많았지요.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 감독 기능이 그곳에 있고, 유로화 청산은 유로존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규제 당국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이 팀을 꾸리고, 신입 직원을 뽑고, 고객이 새 창구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몇 년에 걸쳐 쌓였습니다. 한 번 자리 잡은 거점은 쉽게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규제 자유는 왜 오히려 짐이 됐을까?

브렉시트 전 런던의 금융회사들은 사실상 하나의 규정집 아래서 움직였습니다. 영국 감독당국을 거친 EU 법이었지요. 탈퇴와 함께 그 확실성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런던은 EU 규제 울타리 밖에 있으면서도 '동등성' 결정으로 EU에 묶여 있습니다. 동등성은 EU가 영국의 규제를 자기네 것과 같은 수준으로 인정해 주는 것인데, 이 결정은 영국 정부가 온전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과 건전성감독청(PRA)은 자율성을 얻고도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EU 기준에서 너무 멀어지면 동등성을 잃을 수 있고, 너무 붙어 있으면 브렉시트의 명분이던 규제 독립이 의미가 없어지거든요.

반면 프랑크푸르트, 파리, 암스테르담은 그냥 EU 안에 있습니다. EU가 새 규정을 내놓으면 따르면 그만이지요. 큰돈을 굴리는 기관에게 이런 차이는 실제 비용이고, 그 격차는 해마다 쌓였습니다.

그렇다면 파운드가 싸진 만큼 돈이 돌아오지 않았을까?

여기까지 보면 '그래도 파운드가 이렇게 싸졌으니 결국 돈과 사람이 다시 몰리겠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이 내놓은 답은 반대쪽이었습니다.

파운드는 2015년 달러당 1.50 안팎에서 2022년 말 1.20 부근까지 내려왔습니다. 달러로 따지면 런던의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가 크게 싸진 셈이지요. 싼 금융 거점이 됐으니 사람과 돈이 몰릴 거라는 논리도 꽤 그럴듯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들은 싸진 파운드에 맞춰 런던 조직을 키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규제가 가장 확실한 곳으로 업무를 옮겼습니다. 런던에 필요했던 건 싼 사무실이 아니라, 앞으로 규칙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분명한 답이었던 거지요.

새로운 분야에서는 이 문제가 더 커집니다. 가상자산 보관, AI 기반 트레이딩, 다음 세대 핀테크를 두고 영국 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알 수 없다면, 유럽 거점을 더블린이나 취리히 대신 런던에 둘 이유가 약해집니다. 규칙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유가, 그 규칙이 무엇이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오히려 부담이 된 셈입니다.

정리하면

런던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시간대, 영어, 오랜 제도와 깊은 자본시장 같은 강점은 여전히 실재하고, 외환 시장 1위 자리도 지켰습니다. 하지만 2026년의 유럽 금융은 런던 한 곳이 중심인 체제가 아니라, 여러 거점 가운데 런던이 첫째인 다극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물어야 할 건 런던이 무너졌느냐가 아니라, 내준 것을 되찾을 수 있느냐입니다. 지난 10년을 보면 비용보다 규제의 확실성이 더 중요했고, 그 답을 주지 못하는 한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유럽 금융주나 핀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런던 집중을 전제하지 말고 프랑크푸르트, 파리, 암스테르담까지 나눠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영국에 상장된 금융회사라면 EU를 오가던 사업보다 영국 안 사업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을, 유럽 핀테크라면 영국 규제를 따르는지 EU 규제를 따르는지를 먼저 확인해 볼 만합니다.

앞으로 확인할 것

🔸 유로 청산의 행방 — EU가 LCH에 남은 유로 금리스와프 청산을 역내로 옮기라는 압박을 얼마나 밀어붙이는지

🔸 영국의 새 분야 규제 — 가상자산 보관과 AI 트레이딩에 대해 영국 당국이 분명한 규칙을 내놓는지, EU 기준과 얼마나 거리를 두는지

🔸 다음 국제결제은행 조사 — 외환 거래 점유율 37.8%와 1위 자리를 지켜 내는지

면책 고지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 전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브렉시트 이후 런던에서 EU로 옮겨간 금융 일자리는 얼마나 되나요?

EY 브렉시트 트래커 집계로 2022년 3월까지 7,000개 남짓이 EU로 옮겨 갔습니다. 파리(약 2,800개), 프랑크푸르트(약 1,800개), 더블린(약 1,200개) 순이었구요. 숫자는 완만해 보여도, 떠난 사람이 고객 관계와 거래 흐름을 통째로 들고 가는 의사결정자였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지요.

런던은 여전히 유럽 금융 거래의 중심인가요?

절반은 그렇습니다. 2025년 국제결제은행 조사에서 세계 외환 거래의 37.8%를 처리하며 1위를 지켰고, 유로 금리스와프 청산도 여전히 런던의 LCH가 큰 몫을 쥐고 있거든요. 다만 유로 금리스와프 거래와 EU 상장 주식 거래 같은 조각은 2021년 이후 EU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프랑크푸르트가 은행 거점으로 커진 이유는 뭔가요?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 감독 기능이 그곳에 있고, 유로화 청산은 유로존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규제 당국의 전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이 팀을 꾸리고 사람을 뽑고 고객이 익숙해지는 과정이 그곳에서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은행들의 EU 거점으로 자리 잡았지요.

파운드 약세는 왜 런던에 도움이 되지 못했나요?

파운드가 2015년 달러당 1.50에서 2022년 말 1.20 부근까지 내려와 비용은 싸졌지만, 글로벌 은행들은 싼 사무실보다 규제 확실성을 골랐습니다. 가상자산 보관이나 AI 트레이딩 규제에서 영국이 어떤 입장일지 모르면 런던에 거점을 둘 이유가 약하거든요. 자유가 부담이 된 역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