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앙은행은 왜 금리를 0%에 묶어 뒀을까
스위스 중앙은행이 6월 기준금리를 그대로 뒀습니다. 동결한 이유와, 그런데도 스위스프랑이 약해진 까닭을 쉽게 정리했습니다.
6월 중순,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들이 일주일 사이에 잇따라 금리를 발표했습니다. 6월 11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올렸고,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동결하면서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습니다. 그리고 18일, 스위스국립은행(SNB)은 기준금리를 0%에 그대로 뒀습니다. 2025년 6월 0%에 닿은 뒤로 1년째 같은 자리지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스위스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는데 스위스프랑 값은 꽤 움직였거든요. 세상이 흔들릴 때마다 돈이 몰려 '안전통화'로 불리는 프랑이, 이번엔 오히려 약해졌습니다.
오늘은 스위스가 왜 0%에 머물렀는지, 그런데도 프랑이 왜 약해졌는지 풀어 보겠습니다.
한눈에 보기
결정 : 6월 18일 기준금리 0% 동결
물가 : 5월 0.6%, 목표 범위 0~2% 안
환율 문구 : 프랑이 너무 강해지면 '필요하면' 외환시장 개입
발표 뒤 유로/프랑 : 유로당 약 0.9215프랑, 프랑 약세
한 줄 결론 : 금리는 쉬게 두고, 환율 위에 손을 얹어 둔 동결
스위스는 왜 금리를 그대로 뒀을까?
물가가 목표 범위 안에 있어서 금리를 움직일 급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스위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0.1%에서 5월 0.6%로 올랐습니다. 주로 에너지 가격 탓이지요. 그래도 SNB가 물가 안정으로 보는 0~2% 범위의 아래쪽이고, 중기 물가 압력은 이전 전망과 거의 같다고 봤습니다. ECB를 움직인 바로 그 에너지 물가가 스위스에선 0%대 안에서 소화된 셈입니다.
SNB는 올해 평균 물가 전망을 0.5%에서 0.6%로 살짝 올렸고, 성장 전망은 1% 안팎으로 유지했습니다. 내릴 이유도, 올릴 이유도 마땅치 않은 숫자들이지요. 로이터 설문에 응한 이코노미스트 35명도 전원 동결을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의 눈은 금리보다 함께 나온 환율 문구로 쏠렸습니다.
프랑이 강해지는 게 왜 스위스에 부담일까?
스위스는 수출 비중이 큰 나라라, 통화가 너무 비싸지면 곧 부담이 됩니다. 위기 때 돈이 몰려 프랑 값이 오르면 스위스 기업이 해외에 파는 물건은 비싸지고, 들여오는 물건은 싸지면서 물가는 더 내려갑니다. 물가가 0%대인 나라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지요. SNB도 이번에 중동 긴장이 프랑을 다시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외환시장 개입입니다. SNB가 직접 프랑을 팔고 외화를 사서 프랑 값이 너무 오르지 않게 누르는 방법이지요. 금리는 이미 0%라 더 내리려면 마이너스로 가야 하니, 그 대신 개입 의지를 앞세운 겁니다.
3월 회의 때 내놓은 개입 문구에는 이번에 '필요하면'이라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3월 이후 프랑이 약해져 통화 여건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와 맞물린 변화로 읽힙니다. 중앙은행이 언제든 프랑을 팔 수 있다고 말해 두면, 프랑에 크게 거는 쪽도 한 번 더 계산하게 되거든요. 말 한마디가 실제 개입보다 먼저 일하는 셈입니다.
동결했는데 프랑은 왜 약해졌을까?
스위스가 움직여서가 아니라 이웃이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먼저 6월 11일 ECB가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2.25%로 맞췄습니다. 2023년 이후 첫 인상이었고, 중동 전쟁에서 번진 에너지 물가가 이유였지요. 스위스가 0%에 머물러 있으니 두 통화의 금리 차는 2.00%포인트에서 2.25%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금리 차가 벌어지면 이자가 싼 프랑을 빌려 이자가 높은 유로 자산에 넣는 거래(캐리 트레이드)의 셈이 좋아지고, 프랑을 들고 있을 이유는 그만큼 약해집니다.
이어 6월 17일 Fed가 금리를 3.50~3.75%로 묶으면서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 두자 달러가 전방위로 올랐습니다. 그날 프랑은 달러 대비 0.8% 넘게 밀렸지요. SNB가 입을 열기도 전에 프랑은 이미 한 발 물러서 있었던 겁니다.
18일 발표 뒤에도 프랑은 약세였습니다. 유로/프랑은 유로당 약 0.9215프랑까지 올랐고, 달러/프랑은 0.80 위로 올라 두 달 반 만의 고점 부근에 섰습니다. 같은 날 영란은행(BoE)도 3.75%로 동결했는데, 위원 두 명은 오히려 인상을 주장했습니다. 이웃들이 올리거나 올리자고 할 때 0%에 머물면, 상대적으로는 내린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납니다.
중동 긴장이 누그러진 것도 한몫했습니다. 6월 14일 전쟁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가 발표되고 17일 양해각서 서명까지 이뤄지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한숨 돌렸거든요.
그렇다면 프랑의 안전통화 시대는 끝난 걸까?
여기까지 보면 '프랑이 약해지니 이제 안전통화도 옛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약세는 조건이 만든 것이지, 프랑의 성격이 바뀐 결과로 보기는 이릅니다.
2010년대가 이미 다른 답을 보여 줬습니다. SNB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기준금리를 -0.75%로 묶어 뒀습니다. 프랑을 맡기면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하던 시절이지요. 그런데도 프랑은 약해지지 않았고, SNB는 프랑 강세를 막으려고 외환시장에 자주 개입해야 했습니다. 겁이 날 때 찾는 통화라는 지위가 금리보다 힘이 셌던 겁니다.
그래서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갈 가능성도 당장은 낮아 보입니다. 노무라는 SNB가 당분간 0%를 유지하고, 마이너스로 내려갈 급한 이유는 없다고 봤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동안엔 내릴 명분이 약하니까요. 마이너스 금리 카드가 다시 나온다면, 프랑이 개입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강해졌을 때일 겁니다.
정리하면
스위스 중앙은행은 물가가 목표 범위 안에 있으니 금리를 0%에 쉬게 두고, 프랑이 너무 강해지면 직접 손을 쓰겠다는 신호만 남겼습니다. 프랑이 약해진 건 스위스의 선택보다 ECB의 인상, 인상 가능성을 연 Fed의 동결, 누그러진 중동 긴장이 겹친 결과였구요.
다만 이 약세는 조건이 바뀌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습니다. 금리가 마이너스였던 시절에도 프랑은 강했습니다. 안전통화는 금리보다 공포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뜻이지요.
국내 투자자가 프랑을 직접 들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래도 유럽이나 미국 자산을 갖고 있다면, 중앙은행 사이의 금리 차가 환율을 움직이고 위기 때는 그 공식이 쉽게 흔들린다는 구조는 기억해 둘 만합니다.
앞으로 확인할 것
🔸 스위스 물가의 다음 숫자 — 에너지 탓에 1%를 향해 더 오르면 0%의 근거가 약해지고, 다시 내려가면 동결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 유로/프랑 0.92 근처 — 중동 긴장이 다시 커져 이 선 아래로 빠르게 밀리면, 말로 하던 개입을 실제로 하는지 드러납니다
🔸 ECB의 다음 걸음 — 한 번 더 올리면 금리 차는 더 벌어지고, 쉬어 가면 지금 간격에서 굳습니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 전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스위스 중앙은행은 왜 6월에 금리를 동결했나요?
5월 스위스 물가가 0.6%로 목표 범위 0~2%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가격 탓에 조금 올랐지만 중기 물가 압력은 거의 그대로라고 봤고, 로이터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 35명 전원이 동결을 예상했습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왜 프랑이 강해지는 걸 막으려 하나요?
프랑이 비싸지면 스위스 수출품 값이 오르고, 들여오는 물건이 싸져 물가가 더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0%대인 나라에선 부담이라, 필요하면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금리를 안 바꿨는데 왜 스위스프랑이 약해졌나요?
이웃이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이 6월 11일 예금금리를 2.25%로 올려 금리 차가 벌어졌고, 전날 미국 연준의 매파적 동결로 달러가 강해졌습니다. 발표 뒤 유로/프랑은 유로당 약 0.9215프랑까지 올랐습니다.
스위스와 유로존의 금리 차는 얼마인가요?
유럽중앙은행 예금금리 2.25%와 스위스 0%의 차이인 2.25%포인트입니다. 6월 11일 유럽중앙은행 인상 전에는 2.00%포인트였습니다.
스위스가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나요?
당장은 낮아 보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동안엔 내릴 명분이 약하고, 노무라도 당분간 0% 유지를 예상했습니다. 프랑이 개입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강해질 때 다시 거론될 수 있습니다.